"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나라는 세상에 한국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나라 역시 한국 뿐이다.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노동인구의 30%가 넘는다. 3분의 1은 그나마 형편이 좋은 정규직, 3분의 1은 열악한 비정규직, 나머지 3분의 1은 몰락해 가는 자영업자, 이런 나라도 한국 밖에 없다. 한국은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이야기다. 이 교수는 8일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G20 세계민중회의에서 "한국은 위기극복의 모범사례로 흔히 거론 되지만 다른 나라의 구조조정에 교과서가 될 수 없다"면서 "한국을 모방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며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뼈아픈 비판을 던졌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덫에 걸렸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들은 자영업자 비중이 5∼15% 밖에 안 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은 역대 정부가 복지를 무시하고 성장지상주의에 올인한 결과, 복지와 교육, 의료 분야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게 됐고 결국 각자 살 길을 찾아 몰려간 곳이 자영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구 대비 세계 최다의 식당과 술집, 미용실, 택시를 갖게 됐지만 이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건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경제구조는 이밖에도 많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들 예산구조를 보면 경제예산이 평균 10% 미만이고 복지예산은 50% 이상이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예산이 30%나 되고 복지예산은 20% 밖에 안 된다. 이 교수는 이처럼 과도한 경제예산이 대부분 개발·건설에 투입됐고 부패의 소지도 그만큼 크다고 보고 있다. 복지예산 비중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조금 늘어났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이 교수는 "한국경제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IMF의 강요를 받아들여 세계 표준이라는 미명 아래 미국 표준을 도입했고 특히 월스트리트의 단기 실적주의를 전면 흡수했다"면서 "과거 관치경제의 문제점을 일부 시정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동시에 양극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만병통치약인줄 알고 받아들였던 시장만능주의가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없는 것이 양극화를 가져왔지만 이제는 거꾸로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빈약한 복지예산을 대폭 늘려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야 하고 광범위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만이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현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평화, 삶의 질, 환경 등 다른 모든 가치를 무시하면서 오로지 경제성장 하나에 매달려 온 결과 한국은 다른 가치보다 항상 경제성장이 우위에 서는 천박한 나라가 돼 버렸다"면서 "민주주의와 복지의 기초 없이는 더 이상 성장도 어려운 수렁에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종래의 기형적 불균형적 사고방식을 반성하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 복지국가 건설로 국가발전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항씨의 말대로 이러한 것들이 IMF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급격히 심화되었다는 게 슬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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