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두 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과연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어땠을까?정말 죽어야만 했을까?. 이 두가지다.

그는 하나의 전범(典範)이었다.
그 동안 몰랐던 그 분의 진면목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절절히 와 닿는다.
나는 그동안 진보의 핵심가치는 인물이 아니라 정책(전략)이나 당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인물은 진보 전략의 실현을 위한 독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그 분의 생전 모습을 보면서 "아 이런 사람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겠구나"에서부터 "이런 사람의 삶 그 자체가 가장 올바른 진보의 전략이어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하마을의 촌로가 "지금까지 어디 어느 대통령이 그 분 같이 우리 같은 사람들 곁에 와서 같이 보면서 함께하는 대통령 있었느냐"라고 반문할 때 느꼈다.  진정으로 민중이 움직일 때는 이런 전범(典範) 또는 위인이 나와야 한다는는 것을.  민중들은 그외에 모든 이론과 가치는 모두 말 뿐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다는 것을.  올바른 정책 뿐 아니라 올바른 사람이 나와야 민중이 이를 자신에게로 체화시켜 스스로 발전하여 스스로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범이 되는 도덕성에 있어 보통 사람과 본성적으로 다르다.
어떠한 전범(典範)이라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꺼꾸로 말해 전범이 되는 인물은 천재 피아니스트와 같이 (성인이 아닌 이상에야) 삶의 특수한 부분에서 아주 뛰어난 부분이 있고, 반대로 어떤 삶의 부분에서는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정치가는 그들의 생활 그 자체의 도덕성에서 보통 사람과는 다른 뛰어난 자세를 가져야 부류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인은 생활 자체의 도덕성이 아니라 세 치 혀에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정치가와 전범이 되는 정치가의 차이이다.  보통 사람들과 똑 같이 위선적인 정치가라면 존경하고 따를 필요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거 그렇게 대단한 도덕성을 요구하기 어렵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위대한 정치가처럼 뛰어난 (경제 등을 내팽개치고) 도덕성만 최고로 치면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위대한 정치가는 아주 엄격한 도덕성을 가져 일반 민중들이 그것을 전범으로 생각하고 실현될 수 없는 꿈처럼 따를 수 있는 사랑이어야 하며, 우리 사회도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하나의 모델이 성립되었다.  하지만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그 모델은 더욱더 살아 쉼쉬며 민중들의 깨어남을 이끌었을 지도 모른다.
그 분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던 것 같다.  희생으로써 그것을 증명했다.  일주일 동안 수백만의 추모 행렬 속에서 나는 느꼈다. 죽어서야 민중들은 그 분을 잊지 않고 그 분의 삶의 태도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 같다.  하나의 모델이 성립되었다.  죽음으로써 희망이 다시 지펴진 것일까?  아니다.  죽지 않았더라도 남은 여생 동안 쉼 없이 서중들에게 다가가 믿고 따라갈 만한 모델을 만들어 내셨을 것 같다.  죽음으로써 각인된 모델보다 더 풍부하고 민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 쉼쉬는 모델이 만들어졌을 것 같다.  그동안의 개혁이 실현되지 못한 것처럼 민중들이 따를 수 있는 삶의 모델도 미완으로 남았다.

그 분은 전범(典範)이었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자살이 아니라 희생이다.
그런데 왜 죽게 되었을까?  그것은 그 분이 하나의 전범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동안의 억압에 대해 참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다만 그 분은 정치 세계에서이 전범이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가족을 생각해서 자기 검열을 통해 비굴한 마음으로 살아 남았을 것이고, 그 과정을 거친 후에는 조금씩 일반적인 정치가들처럼 세파에 순치되어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그동안 스스로 그러했듯 억압을 온몸으로 헤쳐나갔다.  타협하려는 마음도 없었을 뿐더러 한 쪽이 뛰어나면 나머지 한 쪽이 모자라는 천재처럼 타협할 줄도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 바보인 것이다.  이것은 보통사람이었다면 고통을 못 견딘 자살이겠지만 그에게 대해서는 희생이라고 본다.

죽게 만든 것은 이 사익 정권을 탄생시킨 국민들의 사욕이다.
1. 최초의 서민 대통령으로서 추진했던 정치 개혁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한 줌 기득권 정치, 언론세력과 가진 자들이겠지만 우리가 그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돌아가신 그 분의 5년 재임 동안이 이 정권의 창출에 대한 핑계거리를 제공하기도 했을 것이다.
2. 지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악법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 정권을 뽑았기 때문이다.
3. 하지만 민중들의 새로운 삶의 모델이 꽃 피우지 못하고 짓밟힌 것은 이 정권의 자본주의적 본성(인간을 도구화하고, 사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생명까지도 버리는) 때문인다.  근본적으로 노무현을 죽인 것은 이 사익 정권을 탄생시킨 국민들의 사욕이다.

그가 우리들 마음 속에서 희망과 용기로 되살아나길..
그는 자살하지 않았고 희생되었다.  그럼으로써 역설적에게도 부족하겠지만 하나의 전범,모델이 되었다.  민중들 가슴 속에 박힌 하나의 꽃.

이제서야 보고 싶다.  미안한 마음 한 없다.  분노가 치민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겪음으로써 성숙해 질 것인가?  이 감정들을 다 태우고 난 다음 그 속에서 희망과 용기가 새싹처럼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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