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은 꿈/무의식에 관한 영화입니다. <인셉션>은 영화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린 영화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 거뭇거뭇 잘 기억나지 않는 꿈의 세계를 생생한 현실처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즉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진짜로 누군가의 또는 우리 자신의 꿈 속에서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과연 내가 꾸는 꿈을 생생한 현실로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과거 제 경험에 꿈은 깨어 나서 기억하기로는 두서가 없고 뒤죽박죽인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너무나 현실처럼 느껴져 초반에는 오히려 먹먹한 감이 들었습니다. 다만, 영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이게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점차 몰입하게 됩니다. 장면 사이에 스며든 초현실적인 화면은 정말 놀랍습니다.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이 좀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인셉션>은 꿈에 대한 영화인 만큼, 새로운 세계의 창조에 대한 영화입니다. 놀란 감독은 꿈 세계의 작동 원리를 창조해서 우리에게 세세하게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우리는 그저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왜 저렇게 행동하지?,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라고 질문하게 되면 상영 도중 잠이 오거나 불편한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상상력은 참 좋았습니다. 도시가 파피루스 말듯이 말리는 화면을 보는 감흥은 정말 멋지더군요.
하지만, 스토리 진행상, 즉 인셉션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초현실적인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스토리의 기본 골격은 단순한 편인데, 각 시퀀스마다 전개되는 양상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반면에 액션 장면은 좀 고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후반부의 설경 속의 전투 장면은 너무 지루한 것 같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디카프리오와 앨런 페이지가 함께 꿈 속에서 테스트/훈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또 조셉 고든 래빗의 액션 장면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리온 코티아르 사이의 슬픈 사연에 좀더 많은 공을 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는 무의식의 가장 심연에 대한 얘기를 더 풀었더라면 감독이 창조한 세계의 외연이 더 넓어졌을텐데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임스 역을 맡은 톰 하디가 브라우닝과 유혹하는 여자 연기(영화 속에서 연기)할 때는 관객은 미리 로버트 피셔를 속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봐서 그런지, 정말 연기 못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심지어 분장도 일부러 어색하게 한 것 같았습니다. 아마 감독의 의도인 것 같았지만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멋진 꿈 세계의 장면에 동참하는 것이고, 꿈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좀 부차적인 것 같군요. 우리가 꿈 세계에 50년 동안 살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곱씹어서 꿈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지적인 재미는 좀더 깊어질 것은 같습니다.
SF를 좋아하신다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또는 신기한 것은 큰 화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인셉션>은 한 번 봐야 할 영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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