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난 뒤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첫 마디는 "부럽다"였다.  독일의 교육 현실이 우리나라와 너무 달라서 부러웠고, 지은이가 나와 다르게 독일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행운(?)을 가진 것이 부러웠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독일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 자녀를 키우는 것에서 안 좋은 점을 일부러 찾아내려는 마음, 부정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지금 한국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한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과 마음가짐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고민이었다.

1. 독일의 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독일 교육은 경쟁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경쟁도 중요시하고 지식도 중요시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건 공동체와 어울려 살아가는 법,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그 시절도 중요한 인생의 일부분이라는 철학은 공부 지옥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우리 아이는 인제 우리 나이 셈법으로 6살, 5살이라 좀 있으면 학교에 보내야 한다.  아이 엄마는 벌써부터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지, 나쁜 물이 들지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난 일찌감치 학교 공부로 충분하고 학원은 절대 보내지 않으며,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으면 스스로 상위권에 들 테고, 아니면 아닌 인생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러면 어떻게? 라는 자문에 스스로 답답함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결국 고민거리가 어떻든간에 초점은 공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좀더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문화, 예체능 같은 다른 재능에도 기회가 있는 교육환경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가 아이쿠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이잖아 하는 충격을 받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어린 시절에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관인 세상.  부러움을 넘어 충격을 받았고 너무나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 왜 이런 곳인가 하는 한탄이 나왔다.
    히틀러에 대한 기억이 독일 국민에게 기회를 준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치욕적인 역사가 있었기에 독일 국민은 지식만 강요하고 경쟁만 최우선시하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사회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인간, 부모의 자아실현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사회의 구성원이 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삐뚤어진 마음을 갖지 않도록 어린 시절엔 부모, 특히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를 품 속에 안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주체적이며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공부 잘해서 남들보다 돈 많이 벌고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 커서 바다 만큼의 넓이로 다가온다.

2.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정말 기회와 능력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독일에 가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의 나의 일이 있고 부모가 있으며, 체화된 습관을 모두 버리고 가기엔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 속에선 독일의 교육 환경이 무조건 좋은 건만은 아닐꺼야 라고 계속 되내인다.  독일인은 냉정할 때는 엄청나게 냉정하다.  또한 히틀러의 망령으로 네오나치 같은 사람들이 일부 존재한다.  외국인에 대해 배려가 우리와는 남다르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쪽에서부터라도 서로간에 다가서기 어려운 벽도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를 배격하는 문화가 퍼진 것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러하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으면 어떡하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결국 독일에서 아이를 키우지 말아야 할 절대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놓지 않아야 할 것은 책에서 읽은 일화 중 하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아이가 외국인이라고 놀림을 받았을 때 선생님이 강력히 제재하지 않고 스스로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한 선생님에 대한 얘기이다.  이 땅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아이가 척박한 교육현실에도 불구하고 헤쳐 나가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는 한 인간으로 커 나가는 것은 우리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모두 다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찾아 매 순간 노력하는 자세 자체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큰 자신은 없지만서두 노력해야지 어쩌겠는가.

3.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의 한국 교육에 대한 부분은 지금 읽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미취학 시기라서 많이 고민해 보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달리 대단한 계책(독일과 같은 교육을 할 수 있는)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를 뒤쫓을 수는 없는 법.  이 곳의 현실에서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해 보려고 한다.  지금은 큰 아이를 발도로프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으며, 최대한 아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잘 놀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한다.  다른 집 아이는 어떨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영어 교육이다 뭐다 하면서 아이를 공부로 몰아가고 있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다.  평소 버릇 없다고 혼도 많이 내지만 그래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커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 이 책으로 평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기와는 다른 독일 교육에 대해 읽으면서 어떤 지향점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부디 지금보다 좀더 많은 부모들이 이 무한경쟁의 휩쓸림 속에서 빠져나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러한 바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지은이 블로그 : 독일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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