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셋을 보았다. 지난 일요일 아내와 함께 비포 선라이즈를 먼저 보고 다음으로 비포 선셋을 보았다.
비포 선라이즈는 다시 보는 것이라 무덤덤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으며 가벼운 기분으로 보았다.

비포 선셋은... 두번 쯤인가 눈물을 글썽였다. 마지막 세렌느가 노래를 불러줄 때엔 정말 뭔가 따뜻한 기분을 느끼며 북받쳐 옴을 느꼈다.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는 재회의 순간에 이렇게 멋진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 지상의 일이 아닐 것이다. 계속되는 대화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마지막의 통속적인 결말에 관객을 눈물짓게 만든 감독의 역량이 대단하다. 영화 속 두 주인공에 대해 또다른 열린 결말로 호기심을 지속시킨 점도 대단한 거 같다.

결국 내 결론은... 두 사람은 결국 기나긴 시간의 강을 건너 희망어린 결말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에서나 실제로도 그 두사람은 긴 시간의 흔적을 숨김 없이 보여준다.)
나도 비포 선라이즈를 볼 때와는 달리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있다. 영화 속 9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두 주인공의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야겠다. 그런 희망을 품어본다.

다음은 씨네21에 올라온 영화에 대한 평이다.

열망을 감추는 몸짓 속의 진실, <비포 선셋>

아니, 그들은 6개월 뒤 다시 만나지 않았다. 이것이 9년을 끌어온 수수께끼의 답이다. 연락처도 성도 모른 채 헤어진 셀린느(줄리 델피)와 제시(에단 호크)의 9년 뒤를 그리는 <비포 선셋>은, 로맨티스트와 현실주의자를 고루 만족시켰던 <비포 선라이즈>의 열린 결말을 비로소 닫아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진실을 알고 싶었을까? 속편을 통한 그들의 재회가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은, 제시와 셀린느처럼 우리도 1994년 6월16일 그들이 나눈 감정이 지속과 반복이 불가능한 종류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그러진 약속과 이지러진 기억, 붙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는 덧없는 발돋움 외에 그들의 후일담에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포개지는 삶의 어떤 순간들을 통해 기적처럼 영속하는 시간을 찾아낸다. 춤추는 어린 딸을 보는 순간, 열여섯살의 시간으로 돌아가 첫사랑 소녀의 춤을 바라보는 남자에 관한 제시의 이야기는, 링클레이터가 <비포 선셋>에서 이루려는 목표다.


* 출처 : 씨네21, 김혜리 (vermeer@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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