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김규항 저 (알라딘, YES24, 인터파크)


예수는 우리에게 당부한다.  현실에 대한 비평에는 능하지만 새로운 세상의 창조에는 한없이 무력한, 여전히 좌파를 자처하면서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신념과 벅찬 희망이 아니라 지독한 우울과 무력감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믿음을 가지세요.'
꿈을 읽은 사람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듯, 이상주의가 사라진 세상, 모든 사람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 꿈꾸길 중단하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해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세상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예수가 말한 이웃 사랑은 예수의 말 그대로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남, 내 것과 남의 것을 경계 지어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라 나와 남, 내 것과 남의 것의 경계를 없애는 데서 가능해지는 일이다.  내 것의 일부를 이웃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내 것과 남의 것의 철저한 분리, 즉 엄격한 사유재산 제도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예수의 이웃사랑에 적대적인 사회체제가 틀림 없다.

원래 종교가 없기도 하고,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에 본문 중에 종교적인 부분은 옮기지 않았습니다.

지금 <도올의 도마복음한글역주>를 읽고 있으며, 김규항 씨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도마복음한글역주>는 멋드러진 사진과 함께 아주 다양한 주장과 논리가 전개되는 대중적인 학술서의 성격이 강한 반면에, <예수전>은 역시 역사적 예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보다 간결하고 명쾌한 논리가 전개되어 좋습니다.

그 동안 잘 몰랐던 예수의 말씀, 그리고 김규항 씨의 해설에서 좀더 많은 부분을 배운 것 같습니다.
혁명성, 영성적인 측면,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자세 등입니다.
근본적인 것이란 다름 아닌 이웃에 대한 사랑이며, 이웃에 대한 사랑이란 부를 축적하면서 남는 것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닌, 나와 남의 구분이 없는 이웃 사랑, 자발적 가난이 궁극의 지향점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근본적인 것이란 영성적인 측면에서 인간 그 자체의 변화와 함께 사회 체제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그것은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 싸우고 헌신하는 사람이 싸우고 헌신하는 그만큼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래서 시시각각 보람과 기쁨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은 늘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그걸 두고 예수는 말한다.  씨를 뿌린 사람도 못 알아차리는 사이에 어느새 싹이 돋고 이삭이 패고 마침내 알찬 낟알이 맺힌다고.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의 높은 벽에 절망하는 우리 스스로가 그 보다 더 높은 마음의 탑을 쌓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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